나의 이야기

오르페우스 시대

하늘처럼1 2008. 9. 14. 23:49

 

 오르페우스 시대는 진정한 의미에서 봄이었다. 동상들이 살아나 돌 받침대에서 걸어 내렸으며,

개울의 정령들이 나무나 습지로 변하고, 상처 입은 영웅들의 피에서 꽃이 피어나는 때였다.

 

 오르페우스가 이 매혹적인 시대의 상징이 된 것은 음악적 조화의 위력을 발견하고,

 그 선율로써 나무들을 춤추게 하고 산들을 말하게 한 것이 그였기 때문이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라는 여인을 사랑했는데 그녀는 꽃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판의

뱀에게 물려 죽고 말았다. 에우리디케는 어두운 저승으로 끌려갔는데 그 곳의 통치자는 크로노스의

아들 타나토노스였다. 즉, 죽음이 시간의 아이였던 것이다.

 

 에우리디케를 잃은 슬픔이 너무 사무친 오르페우스는 소아시아에 위치한 올림푸스 산의 신들을

찾아가 그녀를 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오르페우스가 동굴입구에 들어갔을 때 머리 셋 달린 사나운 개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달려나왔다.

 오르페우스는 류트를 꺼내 연주를 시작하였고 그 괴물 같은 개는 세 개의 혓바닥으로 앞발을 핥으며

 동굴 바닥에 편안하게 자리잡더니 잡이 들었다.

 

 외진 방을 지났을 때 통치자는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소파에 누워 있었고 오르페우스는 류트를 꺼내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그의 연주에 황홀해진 타나토노스는 진홍색 눈물을 닦으며 고맙게도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되찾아 지상으로 데려가도록 허락했으나 두사람이 저승을 떠나 지상에

올라갈 때까지 절대로 오르페우스가 그녀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

 

 굳은 약속을 한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데리고 동굴을 나아가다 데리고 가는 사람이 그녀인지

얼굴을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 충동을 못 이겨 그만 고개를 돌려 에우리디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비명을 지르고 실신한 후 '잘 가세요. 안녕'하고 사라져 버렸다.

 

 전설에 의하면 에우리디케가 시간의 세계를 따나고 싶지 않았던 나머지, 오르페우스기 돌아보도록

일부러 소리쳐 그를 불렀다고 한다. 또, 어쩌면 그녀는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늙은 모습을 그가 사랑

해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비탄에 젖어 죽은 오르페우스를 가여여한 신들이 그를 천국으로

올라가게 하였는데 '거문고자리'가 그것이다.

 

'플라톤의 반란'요약. 피터 애크로이드 저/한기찬옮김. -도서출판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