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을 보고서
햄릿을 보고 왔다. 두 아들과 함께.. 든든한 아들과 같이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들과 나는 같이 하는 시간을 얼마나 남겨두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숙명여대 아트센터에서
전철역을 향했다. 내가 그들에게 주지 못하는 많은 것들 대신 내가 다른것을 주었다고 나의 아들들이
기억하기 바란다.
햄릿은 햄릿의 아버지 왕의 장례식부터 시작한다. 어두운 조명.. 위대한 왕이 죽었다는 웅장한 음악과 함께
그를 추모하는 노래가 나온다. 검은 조명, 검은 의상..햄릿은 아버지가 어린시절 처음으로 주었다던 작은 검을 생각한다. 장례가 끝나자마자 새임금을 왕의 아들, 햄릿의 삼촌(클라우디우스)으로 뽑는다는 영이 공포된다. 삼촌이 왕으로 즉위하고 햄릿의 어머니(거투르트)가 삼촌과 결혼한 장면이 나온다. 마지못해 결혼식에 참석한 햄릿, 그의 표정은 암울하다. 삼촌은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한다. 햄릿은 사랑하는 오필리아와 하룻밤을 보내고 현실을 받아들이고자 하나 어둠속에 나타난 햄릿의 아버지, 왕의 외침이 그를 복수의 칼을 갈게 만든다. 왕의 유령은 동생이 자기의 귀에 독약을 넣어 죽였으니 복수하라는 것이다.
진실에 오�는 햄릿, 삼촌에 대한 분노와 함께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느끼며 괴로와한다. 사느냐, 죽느냐를 고민하며..햄릿은 어릿광대들에게 삼촌과 아버지에게 일어났었던 일을 연극으로 꾸미게 하여 사실을 확인하고자 한다. 삼촌은 연극에 표정이 변하고 햄릿을 진실임을 확인하게 된다. 어머니와 단둘이 만나 이야기 하려던 햄릿은 이둘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오필리아(햄릿의 연인)의 아버지를 삼촌으로 알고 찔러 죽이게 되고 오필리아는 그 충격으로 정신을 놓게 된다. 그러다가 떨어져 죽는 오필리아. 오열하는 오필리아의 오빠를 삼촌 클라우디우스는독약으 묻힌 검으로 햄릿과 결투하도록 종용한다. 드디어 햄릿과 결투하게 돈 오필리아의 오빠(레어티스)..그 광경을 보던 왕비 햄릿의 어머니는 독약이 든 술을 모르고 마시게 되고
독약이 묻은 칼에 상처입은 햄릿, 그 사실을 알고 더욱 분노하던 햄릿은 레어티스와 삼촌 클라우디우스를 찌루고 죽는다. 뮤지컬은 끝난다. 모두의 죽음과 함께..
인상적인 장면은 햄릿의 어머니와 삼촌의 관계이다. 예전에; 책을 읽었을 때는 그들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기억하지 않았다. 이 뮤지컬에서는 그 둘은 지극히 사랑하는 사이로 표현된다. 왕은 전쟁을 좋아했고 왕비는 늘 외로왔으며 왕의 동생은 왕비가 베풀어준 친절에 왕비와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버린 왕이 자기를 멀리 보내버리려 하자 왕의 동생은 왕을 독살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왕비와 결혼한다. 왕의 즉위식과 함께.
왕비는 왕의 동생을 사랑한다. 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기 전까지 그녀는 행복하다. 더러 햄릿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그리 우려하지 않는다. 진실을 알고나서 그녀는 죄의 댓가가 내려짐을 안다.
아마, 그 둘은 사랑이외에도 왕의 권력을 탐했으리라..우리들처럼..혹은 나처럼..내가 그 시대에서 동경했을..지금도 동경할.. 이 둘을 보고 햄릿이 오필리어에게 사랑을 부정했지.마음을 숨기고..그래서 오필이어는 죽고..
인상적인 장면중 또 하나는 오필리어스의 무덤을 파던 무덤지기이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땅이 마르거나 나는 무덤을 판다. 그래야 밥이 나와. 이 곳에 오면 모두 똑같애. 돈이 많거나 천하거나 이쁘거나 미우거나.."
그의 음울한 노래가 귓전을 울린다. 한평의 무덤에 묻히기 위해 우리 모두 인생을 허우적대고 살아간다.
엊그제 어느 신문에서 카돌릭에서 관에 묻히는 체험을 하도록 한댄다. 관의 뚜껑이 닫히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는 체험자의 말도 실려있다.
어떻게 죽느냐가 아니고 죽는 그날까지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서울대 홍농문교수는 몰입에 빠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당장 죽는 것처럼 사고하라는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확실하지 않은 것은 그 때가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얼룩말이 사자에게 피하려고 전력질주로 도망가는 순간도 몰입의 상태요, 사자가 그 얼룩말을 잡으려고 악착같이 뒤쫓아가는 순간도 몰입의 상태라 했다. 그러나 전자는 수동의 몰입이요, 후자는 적극의 몰입이라 한다. 삶은 적극적 몰입의 상태로 가고 유지하여야 성공한다고 한다. 본인은 실제의 경험을 통해 몰입의 상태에 대한 환희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 환희는 종교와 같은 환희요 어떻한 기쁨보다 더한 기쁨이라고 했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길었다..그리고 사연이 많았다... 전철옆에 앉았던 나보다 조금 더 나이 많아보이는 아주머니도 생각난다. "나는 아들이 셋이라우. 하나는 학교졸업하고..하나는 군대갔다와 대학2학년이고..하나는 고3이우..". 그녀의 얌전한 얼굴과 세련되게 쓴 황토색의 모자가 생각난다. 참 분위기있는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