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

꽃-김남주

하늘처럼1 2010. 4. 15. 00:26

 

    꽃

 

-김남주-

 

남자들은 왜 여자만 보면 만지려고 그러지요?

 

그 이유를 말하지.

저기 좀 봐 길가에 핀 꽃, 맨드라미를,

나는 방금

맨드라미를 보고 말의 볼기짝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에 잠시 잠기다가

그에게로 다가가고 싶었고

그 향기에 취하고 싶었고

그에게 가까이 막상 다가갔더니 만지고 싶었고

그리고 만졌어 그뿐이야.

 

왜 꺾지는 않았지요?

울 테니까 꽃이.

 

-출처: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