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스 시사주간지
프랑스에 <폴리티스 Politics> 라는 시사주간지가 있다고 한다. 이 시사주간지의 주필인 베르나르 랑글루아에 대하여 흥미로운 일화를 홍세화의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에 소개하고 있다.
어느날, 모나코의 공비이며 왕년의 유명한 배우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였는데, 바로 그 날 팔레스타인 게릴라가 레바논의 극우 그룹인 팔랑지스트의 우두머리를 암살하였다.
이스라엘 군대의 방조 아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학살했던 팔랑지스트들에 대한 복수 테러였다.
저녁 뉴스시간을 앞두고 열린 편집회의에서 두 사건 중 무엇을 '톱'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오고 갔는데 대세는 모나코 공비의 죽음으로 거의 결정되었다.
랑글루아가 '모나코 공비의 죽음은 모타코 공가 이외에는 그 누구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팔랑지스트에 대한 테러는 수백만의 삶에 영향을 주는 대 사건이다.'라고 거듭 주장한 데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편집이 끝나고 뉴스가 시작되자 랑글라아는 첫 뉴스를 테러사건에 대해 다루었다.
그날로 랑글루아는 아나운서 생활을 끝냈다고 한다.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언론은 다양하지 않고 하나의 신문이 편집만 약간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인터넷 포털도 매한가지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포털싸이트는 연예인의 일상으로 장식된다. 누가 임신하고, 누가 득남했고, 누가 예전에 연애사실을 고백했고..등등..
또한, 누가 '좌파'로 일축했고..등등..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매체들이 너무 소소한 사실을 과대확대하여 포장하거나 보통보다 못한 사람의 말을 대단히 중요한 인사의 '말'인양 선전을 해준다. 무엇을 위해서..누구를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위와 같은 시사주간지를 가진 프랑스가 부럽다. 그러한 행동양심을 가진 기자가 있는 나라가 부럽다.
-홍세화의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한겨레출판 중에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