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하늘처럼1 2011. 2. 20. 01:05

라스꼴리니꼬프는 가난한 대학생이다. 러시아 뻬쩨르부르그에 살고 있다.

돈이 없어 학교를 쉬고 있는 그는 좁고 누런벽지가 발라진 방에 있는 누더기같은 천으로

덮여진 소파위에서 낡은 외투를 입고 대부분 잠을 잔다.

 

그의 가족은 어머니 뿔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라스꼴리니꼬바와 여동생 두냐가 전부이다.

 

그는 동네의 전당포주인 알료나 이바노브바가 세상에 필요없는 <이>같은 존재라고 여긴다.

 

라스꼴린꼬프는 세상은 나폴레옹같은 영웅이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용인되고 보통사람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보통사람(범인)과 뛰어난 사람(비범인)으로 구분되며 비범인은 사람을 죽일 권리를 갖는다고

믿는다.

 

본인은 그 권리가 부여된 비범인이므로 <이>같은 존재는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전당포주인을 죽일 생각을 하지만 실제 실행에 옮길지는 갈등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어머니에게 두냐가 가정교사로 들어갔던 집의 남자주인에게 추파를 받았고 그 사실을

알게된 여주인에게 모욕을 받았으며 추후 사실이 판명나서 명예를 지킬수 있었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는 부자인 류쥔의 청혼을 받았고 곧 그를 쫓아 모스끄바로 올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두냐가 어머니와 자신을 위해서 사랑하지도 않는 루쥔에게 팔려간다고 생각한 라스콜리니꼬프는

전당포주인을 살해할 결심을 갖게 되고 그집으로 그녀가 혼자 있을 것 같은 시간인 저녁 7시에 찾아간다.

의심많은 전당포 늙은여자에게 아버지의 유물이라는 시계를 보이면서 안심시킨 그는 준비해온 도끼로

노파를 죽인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노파의 여동생인 리자베따가 들어와 그녀도 같이 죽이게 된다.

 

노파를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그가 당황스런 상황에서 그녀와 그녀의 여동생을 죽이게 되고

그녀에게서 훔친 물건을 어느 곳에 파묻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진다.

 

그의 혼절은 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는 특별하게 일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진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이다. 즉, 그는 비범인이 아닌 범인일뿐 일지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혼란이다.

 

그의 죄를 의심하는 예심판사 뽀르피리 뻬뜨로비치는 라스꼴리니꼬프를 직접 잡아들이거나 심문하지 않는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주변사람들이 자기가 노파를 죽였다고 의심할지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오히려 상황을 자기에게 더 불리하게 만들어간다.

 

라스꼴리니꼬프는 두냐에게 추파를 던졌던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두냐를 쫓아 모스끄바로 오게 되자

더욱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소냐에게 자기죄를 고백한 라스꼴리니꼬프는 소냐에게 자수를 권유받고 뽀르피리 뻬뜨로비치에게 자기죄를 밝히라는

추궁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소냐에게 고백한 내용을 다 엿들은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라스꼴리니꼬프의

살해사실을 알게되면서 라스꼴리니꼬프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대지위에 입을 맞추고 자신의 살해를 고백하라는 소냐의 권유를 이행하지 못한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신의 행동을 비웃는 듯이

권총자살을 한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소식을 듣고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게 된다.

 

시베리아유형 8년이라는 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간 라스꼴리니꼬프를 소냐는 쫓아가고 거기서 자기오만과 자존심에

감옥안에서도 죄를 인정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소냐와의 사랑을 인식하면서

죄와 벌의 내용은 끝난다.

 

이 소설에서 죄는 무엇인가?..주인공이 인정하는 죄는 없다.

그럼 벌은 무엇인가?..그 또한 없다.

주인공이 불안해 하는 것은 완벽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자기불만족, 자기가 즉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절망감?.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무의식은 그의 죄를 자기가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스꼴리니꼬프의 말의 어원이 <분열>에서 나왔다는 역자의 말처럼 주인공은 이 소설속에서 끊임없이 분열을 일으킨다.

강한 자의식의 세계속에서 도취하면서도 매번 의심하는 자기불만족이 일으킨 분열이다.

그에게 죄는 없다. 그러므로 그가 죄에 대한 벌을 피해 도망가거나 자살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다만 자기가 감옥에 갇히거나 처형을 당하는 것은 자기를 처벌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형식일 뿐 자신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그들의 잘못이기에 자기는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것뿐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 주인공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고발하기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을 것이다.

무엇이 잘못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 소설주인공의 의식세계를 묘사하면서

독자가 주인공의 잘못을 받아들이도록 이 소설은 구성되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