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A.I.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는 라게리라고 불리우는 소련의 특별형무소에서 살고 있다.
감옥에서의 하루를 평이하게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잔잔하며 은근한 재미가 있다.
이 소설이 유명한 것은 스탈린 치하의 노동 수용소 실태를 고발하고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새벽3시 레일토막을 두드리는 기상종소리로 시작된다.
점호, 아침, 작업, 점심, 작업, 저녁, 점호 순으로 이어지는 하루의 일과는
어느 감옥에서든 일어나는, 아니 갇혀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아침, 학업, 점심, 학업, 저녁, 귀가 등으로 하루일과가 이루어지 듯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슈호프는 자기자존심을 어느 정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작업솜씨 좋고 눈치 빠르고해서 라게리 생활을 아주 잘 하는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밀고를 하거나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하지 않는다.
카리스마 넘치는 반장 츄린, 부반장 파블로, 해군중령 출신 부이노프스키, 지저분한 인간 페츄코프
소포를 2주일에 한번씩은 받아 부유한 세자리, 어리지만 약삭빠른 고프치크, 침례교도 알료쉬카.
귀머거리 세니카.
그들이 라게리에 들어온 이유는 제각각이고 성격도 다르지만 라게리에는 공동운명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별로 할당되는 작업량을 반장은 최대한 줄이는데 그 몫을 다하고 이반데니소비치. 즉, 슈호프는
작업을 능숙하게 하며 식당에 가서 음식을 타오는데도 일익을 담당한다. 그들 모두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들의 반장인 츄린은 유능하여 작업할당량을 줄이거나 배급식량을 늘이는데 수완이 좋아
그가 이끄는 104반은 잘 굴러간다.
이반 데니소비치가 잠자리에 든 이 하루..
그는 오늘 하루 아주 재수가 좋았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자기네 반이 '사생단지'로 끌려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식사 때는 그릇 수를 교묘하게 속여 넘길수가 있어 까샤를 두 그릇 먹었다.
그뿐이던가 반장이 작업량 사정계산을 잘해주었고 작업할당인 블럭 쌓기도 즐겁에 쌓았다.
톱날 토막도 신체검사 때 들키지 않았고 저녁에는 세자리의 순번을 요령껏 맡아주고 소포도 맡아주어
저녁때도 까샤 한 그릇, 빵 2백그램을 추가로 먹을 수 있었던데다 소시지, 비스켓 등을 얻었다.
아침에 찌뿌등했던 몸도 나아졌으니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하루가 지난 것이었다.
이런 날이 그의 형기 시작부터 끝나는 날까지 3천 5백 53일이나 되었다. 이는 윤년 때문에 사흘이 더 붙은 것이다.
<출처: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일신서적출판사,>
이 소설을 읽으니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이 생각난다. 그 주인공은 순간순간 유독 잘 풀리는 날이라
기분이 너무 좋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침에 그를 붙잡던 아내의 죽음으로 끝난다. 주인공 김첨지에게 그날은
운수 좋은 날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날마다 그러한 날이다. 자존감도 있고 기술도 있고 요령도 있는 한 수인이
감옥에서의 일상을 충분히 적응하면서, 어울리면서, 요령껏 하루를 보내는 긍정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쩜 우리일상은 이렇지 않은가 생각해 볼일이다.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가족을 위해서, 일을 위해서,
혹은 출세를 위해서 갇혀진 틀에서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이반 데니소비치는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지지 않고 동료들에게는 도움을 주는 그러한 사람이지만
감옥이라는 사회에서 나름 능력있는 자이다. 그가 평범한 소시민인지는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