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
옛 노트에서
하늘처럼1
2011. 4. 20. 23:28
옛 노트에서
- 장석남 -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으로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그리고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웅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