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
한진여
하늘처럼1
2011. 4. 21. 06:18
한진여
-장석남-
나는 나에게 가기를 원했으나 늘 나에게 가기 전에 먼저 등뒤로 해가 졌으며 밀물이 왔다 나는 나에게로 가는 길을 알았으나 길은 물에 밀려가고 물 속으로 잠기고 안개가 거두어 갔다
때로 오랜 시간을 엮어 적막을 만들 때 저녁 연기가 내 허리를 묶어서 참나무 숲속까지 데리고 갔으나 빈 그 겨울 저녁의 숲은 앙상한 바람들로 나를 윽박질러 터트려버렸다
나는 나인 그곳에 이르고 싶었으나 늘 물밑으로 난 길은 발에 닿지 않으므로 이르지 못했다
이후 바다의 침묵은 파고 3 내지 4미터의 은빛 이마가 서로 애증으로 부딪는 한진여의 포말 속에서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침묵은 늘 전위 속에만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