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1월에는
이 책은 <한스 에리히 노삭>의 사랑이야기이다.
어느날 시상식에서 수상작가를 만난 그 주최회사의 사장 대신 참석한 그 아내가 만나면서 시작되는
사랑이야기이다.
마리안네를 처음 본 베르톨트는 첫마디가 이랬다.
'당신과 함께라면 당장 죽어도 좋겠다.'
그들은 말없이 그녀의 집으로 가고
그녀는 짐을 싼다. 아들을 재우고 남편을 기다리다
남편이 오자 떠나겠다고 한다.
그들은 아무런 것도 약속하지 않았고 그들의 주변인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어떤 일도 없었지만 그들은 행복했다.
그리고 그들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마리안네는 그녀를 찾으러 온 시아버지를 좇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가 없는 동안 집안에서는 아무일도 없었다.
그녀의 부재는 잠시 요양을 갔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남편 막스에게 잘했고 아들에게 잘했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불안했다.
그녀를 비난하는 것같은 분위를 늘 느꼈다.
11월에 신문에 난 석줄짜리 기사
베르톨트의 작품을 그녀의 도시에서 공연한다는 기사이다
좌불안석의 그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주위 사람들.
그들 모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베르톨트가 그녀를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늦어도 11월에는
작품이 완성되고 그 작품이 공연되면 그녀가 극장 제일 먼저 앉으리라는
그들의 약속때문에..
그가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그녀가 그를 따라 떠났을 때
그들은 행복헀다.
죽음이 그들에게 닥친 순간에도..
사르트르가 극찬했다는 작가의 책이라기에 이 책을 샀고 읽었다.
사건보다 심정, 느낌, 심리위주의 작품이다.
우리는 매순간 그렇게 명료하게 살지 않는다
같은 순간, 수많은 상상을 하고, 수많은 느낌을 갖는다.
사랑하는 그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갈등을 하는가.
마리안네와 베르톨트는 '행복'만 느끼는 그 순간 죽는다.
그 순간 죽음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