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이병기-
짐을 매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 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려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시오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 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이 시인은 비가 와
님 못 떠나게 되어
안심하나
난 비가 와
혹여 오려던 님
맘조차 뒤로 물릴까
한숨이 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