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

가을의 노래

하늘처럼1 2011. 9. 5. 06:58

 가을의 노래

 

 -보들레르-

 

1

 

우리 곧 써둠 속에 잠기리.

잘 가거라, 너무도 짧은 여름 발랄한 볕이여!

벌써 돌바닥 뜰 위에 장작 부리는

불길한 충격 소리 들려오는구나.

 

겨울운 온통 내 가슴에 사무쳐 들리-

분노, 증오, 몸서리, 넌덜머리, 고역,

그리하여, 내 심장 북극지옥의 태양인 양,

한갓 얼어붙은 덩어리 되어지리.

 

 장작 소리마다 몸서리치며 귀기울이니,

두들려 세우는 사형대보다도 더 둔탁한 울림이여,

내 정신 육중한 파벽기의 끊임없는 연타에

와르르 무너지는 탑과도 같아라.

 

그 단조로운 충격에 맞추어 어디선가

부랴부랴 관에 못질하는 듯..

누구의 관을?..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인가!

그 야릇한 소리 출발인 양 울리는구나.

 

2

 

나는 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빛이 좋아,

다사론 미녀여, 나 오늘은 일체가 쓰디써,

그대 사랑도, 침실의 쾌락도, 화끈한 난로도,

그 어느 것도 바다의 찬연한 태양만 못해.

 

하지만 사랑해 주오, 다정한 그대여!

박정하고 심술궂은 놈일지라도 어머니 되어주오.

애인이건, 누님이건, 가을 영롱한 하늘 또는

낙조, 그 한 순간의 따스한 정을 베풀어주오.

 

잠깐의 수고를! 무덤 기다리니, 그 탐욕한 무덤이!

아! 내 이마 그대 포근한 무릎에 얹고,

백열의 지난 여름그리며, 이 늦가을의

띠스하고 누른 햇살 맛보게 해주오!

 

-악의 꽃/보들레르/김붕구 옮김/믿음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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