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풍경과 상처>를 손에 집었다.
과거에 접어놓은 페이지를 여니 보살이야기가 나온다.
미륵이 도솔천에 상생하면, 일곱 겹의 담으로 둘러싸인 보석궁전에서
오백억 가지의 광명이 흘러나오고 낱낱의 광명속에는 다시 오백억 송이의 연꽃이 피어나고,
한 연곷마다 오백억 그루의 나무들이 생겨나 한 나뭇잎마다 오백억 가지의 빛을 발하고
한 빛마다 오백억 가지의 광명이 있을 거라고 경전에 적혀있지만,
억새 우거진 들판에서 풍찬노숙하는 저 미륵들은 도솔천에 상생한 미륵은 필시 아니었다..는 구절이다.
보살이 병이 없는데 아파서 앓는단다..
보살이 위독하고 보살이 산 위에서 쓰러져 앓고 있는 것은 중생이 아프기 때문이란다.
중생의 병은 생사속에서의 사랑과 쏠림때문이기에..
생사를 여위 보살은 아픈 중생을 따라 다시 생사로 들어 인간의 마을 옆동네에서 함께 앓는단다..
보살이 몸에 병이 없으되 세상의 병을 빌려다가 않지만
제 몸의 병 없음과 생사 없음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단다..
운주사의 이야기이다..
잘 만들어진 부처가 아니라
빌빌하고 섹시하고
순한 동네 머슴같고
서당훈장같은
가지가지 모양의 운주사를 보고
작가는 이리 적었다..
사꾸라꽃 피면 여자 생각난다.
이것은 불가피하다.
사쿠라 꽃 피면 여자 생각에 쩔쩔맨다.
그 구절때문에 친구 주려고 산 책을
푹 빠져 후딱 읽고 자기가 가졌다는 신형철이 생각난다.
생각난다
불가피하다
쩔쩔맨다
...
내가 이 책이 생각남은 불가피한 일이지도..
그래서 이리 쩔쩔매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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