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29
-새벽 얼굴
동쪽 하늘에
노을 뜬 새벽입니다.
서쪽 하늘에
앳된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희고 고운 얼굴입니다.
어제 밤
구름과 달이
밤 세워 노니는 것을
보았거든요
뭉게구름 속에서 고기들은 놀고
강물은 흐르네.
개망초 꽃
하얀 빛 꽃잎들이 촘촘히 박혀 원을 그리는 예쁜 꽃,
단 한 번의 입술로 영원이 되었던 그 꽃.
남보라 색 부전나비 앞서 나는 산길은 얼마나 외로운지요. 내 청춘은
마른기침이 창자를 끊었습니다.
문득 길이 끝나고
온 길도 사라졌지요. 오! 티 없던
텅
빈
허공의
그
흰
빛,
그 고요에
나는 눈멀었지요.
다시 살기로 한
그 곳은 내게 늘 물 설은, 강가였습니다.
새봄이면
푸른 벌레를
입에 물고
잎 넓은 가랑 잎 사이
새로 지은 집 찾아
날아드는
작은 물새들을
보았지요.
가을이 오는데, 어디서 왔는지 부전나비 떼가 구름을 떼 매고 강을 건넙니다.
나비들아! 나비들아! 날개가 젖으면 어쩌려고 그러니?
당신만이 강을 건너와
눈물마른 내 얼굴을 만질 수 있습니다.
그대 서쪽에 두고
나는
동쪽 하늘에서
붉습니다.
뭉게구름 속에서 고기들은 놀고
강물은 흐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