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

섬진강29- 새벽얼굴

하늘처럼1 2012. 9. 4. 23:48

섬진강29

 

-새벽 얼굴

 

동쪽 하늘에

노을 뜬 새벽입니다.

서쪽 하늘에

앳된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희고 고운 얼굴입니다.

어제 밤

구름과 달이

밤 세워 노니는 것을

보았거든요

뭉게구름 속에서 고기들은 놀고

강물은 흐르네.

개망초 꽃

하얀 빛 꽃잎들이 촘촘히 박혀 원을 그리는 예쁜 꽃,

단 한 번의 입술로 영원이 되었던 그 꽃.

남보라 색 부전나비 앞서 나는 산길은 얼마나 외로운지요. 내 청춘은

마른기침이 창자를 끊었습니다.

문득 길이 끝나고

온 길도 사라졌지요. 오! 티 없던  

허공의

빛,

그 고요에

나는 눈멀었지요.

다시 살기로 한

그 곳은 내게 늘 물 설은, 강가였습니다.

 

새봄이면

푸른 벌레를

입에 물고

잎 넓은 가랑 잎 사이

새로 지은 집 찾아

날아드는

작은 물새들을

보았지요.

가을이 오는데, 어디서 왔는지 부전나비 떼가 구름을 떼 매고 강을 건넙니다.

나비들아! 나비들아! 날개가 젖으면 어쩌려고 그러니?

당신만이 강을 건너와

눈물마른 내 얼굴을 만질 수 있습니다.

그대 서쪽에 두고

나는

동쪽 하늘에서

붉습니다.

뭉게구름 속에서 고기들은 놀고

강물은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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