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마지막 섹스의 추억

하늘처럼1 2009. 8. 19. 20:33

 

마지막 섹스의 추억

 

                       -최영미-

 

아침상 오른 굴비 한 마리

발르다 나는 보았네

마침내 드러난 육신의 비밀

파헤쳐진 오장육부, 산산이 부서진 살점들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

한 꺼풀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

그날 밤 음부처럼 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

죽은 살 찍으며 나는 알았네

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

더 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

 

그런 사랑 여러 번 했네

찬란한 비늘, 겹겹이 구름 걷히자

우수수 쏟아지던 아침햇살

그 투명하에 놀라 껍질째 오그라들던 너와 나

누가 먼저 없이, 주섬주섬 온 몸에

차가운 비늘을 꽂았지

 

살아서 팔딱이던 말

살아서 고프던 몸짓

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

입안 가득 고여 오는

마지막 섹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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