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 쓴 모자였난요
약간 휘어진 새끼 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이레/이문재엮음에서-
늘 한결 같았음..더 없이 좋을 일이나. 늘 한결보다 더 나아감이었음..더 없이 좋을 일이나,
오늘이 어제와 다름을
내게서 발견하거나, 네게서 발견함은 쓸쓸한 일이다..
우리 이렇게 초라함이여..
그런데 시인은 다시 시작을 알린다..부럽다...
그 한결같은 고귀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