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 곳의 멋진 풍경을 만나고자 하는 욕망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나를 이끄는 것은 그곳에서 만나는 "낮섦" 때문이다.
낮익은..그래서 무의식에 의해 이끌어져 가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매순간에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그래서 '선택'을 한다.
어느 순간 그 '선택'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 이제 그 '낮섦'도 일상이 되어
무료해진다.
설은 도시, 설은 빌딩, 설은 도로.
그들의 색깔은 내게 유혹적이며, 때로는 감추기에는 벅찬 쾌감으로 다가온다.
몇년 전 꿈에 그리던 파리에 도착했을때, 그것은 눈에 보이는 느낌보다는
내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로 벅찬 감동을 느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메트로를 타고 파리 한가운데에 올라섰던 순간..
"야, 빠리다..!!" 라고 환호성을 외치며 온몸으로 파리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 순간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많은 풍경들을 만났다가 잊은 지금도..
교과서 혹은, ,TV매체로만 보아왔던 것을 실제 내 눈으로 보았을때의 기쁨이란
내 몸 전체에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시켜 옆을 지나가는 누군가에게도
그 열기를 느끼게 하지만, 그런 기억들은 서서히 잊혀지고 그 느낌만이
오랫동안 남는다.
서성이던 기억, 까뻬 한 잔에 전율하던 순간, 낮선 사람의 예기치 못한 친절에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던 때..그런 것들만이 오래된 유적처럼 흔적만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어 보존된다.
그래서 여행은 나를 유혹한다. 도시든, 빌딩이든, 유적이든..
그 찰나의 기억, 찰나의 설레임..그리고 남는 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