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억을 떠올린다.
굳은 것은 사라지고
그리운 것만 남는다..
워즈워드를 만나고 싶었던..
그래서 영국여행이 조금은 기대되었던..
스코틀랜드는 그 자체가 유혹적이었다.
에전 만화에 나오는 멋진 남자주인공이 스코틀랜드인이었을 것 같은..
이국적 인 느낌이다.
거기는 체크목도리가 유행이었다. 듬뿍 사왔지..
아직도 동생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겨울이 이제 되가려고 하는데..
이런 젠장.
그간 무던히도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다.
일에 치여..등등
책도 못 읽고, 아니 안읽고..
가고 싶은 곳도 못가고..
아니, 갈 의욕도 갖지 못했고..
이제 문득 고개를 들으니
날씨가 참 쌀쌀해지는 가을이다.
겨울문턱이 코 앞처럼 느껴진다.
그간...잃은 것은..뭐일까..
그간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뭐였을까..
사람의 태생적 한계로 의심하고 믿고 의심하고 믿고..
그러며서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고 위로받고 상처받고..
잘한일과 못한일을 번복하여 허걱허각..
뱁새가 허둥, 잦은 날개짓을 했던것도 갖고..
원대한 꿈은 희미해져..존재조차 모를정도가 되었고..
호기는 현실의 힘에 눌려..점점 사그라 들었다..
톨스토이가 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물었는가..
그는 사랑으로 산다고 답했다
그것은 맞는 것 같다
다만 그의 의견은 신의 사랑이고
나는 사람의 사랑이라 답한다..
그래도 그간 왠간히 사랑도 받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도 같고..
도나우 강은 어디있지?..갑자기 그 강이 그립다.
아니, 그 강에 가고 싶다..
그래서 동요에 나올만했을 것 같은..
그 강을 물끄러니 보고 싶다..
고흐가 외롭지 않을 거라 장담했던 때가 있었다.
그는 그의 동생과 그의 동료 모베에게 그림을 이야기하고
자기 느낌, 자기 생각을 이야기 했으니깐..
그런데 지금은 고흐가 역시 외로운 사람이었을거란 생각으로 되돌아간다.
그가 보낸, 그리고 받은 그 편지와 이야기는 그의 삶을 전부 채워주지는 않았을 테니깐..
아주 작은 부분만 그를 채워줬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그토록 외로워 했던 고흐...
그 고흐가 있으면 내가 지금 위로 받을지 있을까?..
자문해본다..
나도 모르게 가을은 깊어가고
나도 모르게 산천은 물드는데..
바람과 햇볕과, 차가운 공기 때문에..
나는 더욱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