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문답>
-이원규-
으름덩굴 짙푸른 그늘 아래
한 평짜리 대나무 평상
에프킬라를 버리고
구례 장터에서 사 온 모기장을 쳤다
닭장에선 암탉이 울고
얼마나 울었는지
토끼장의 토끼는 두 눈이 빨갛다
모기장 속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려다 모기장 밖의 모기와
두 눈이 딱 마주쳤다
배고프나, 약오르지?
치사한 놈, 네 피는 너무 탁해!
어쭈구리, 알만 배면 다냐?
넌 가려울 뿐이지만 난 생존의 문제야.
하아, 이놈 봐라, 빨대도 입이냐?
벼영신, 모기장 속에 갇힌 건
바로 너,그게 네 인생이야!
도둑 고양이 한 마리
씨익 웃으며 돌담을 넘고 있다
=강물도 목이 마르다/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