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

산중문답

하늘처럼1 2011. 4. 17. 23:09

 

<산중문답>

 

-이원규-

 

으름덩굴 짙푸른 그늘 아래

한 평짜리 대나무 평상

에프킬라를 버리고

구례 장터에서 사 온 모기장을 쳤다

 

닭장에선 암탉이 울고

얼마나 울었는지

토끼장의 토끼는 두 눈이 빨갛다

 

모기장 속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려다 모기장 밖의 모기와

두 눈이 딱 마주쳤다

 

배고프나, 약오르지?

치사한 놈, 네 피는 너무 탁해!

어쭈구리, 알만 배면 다냐?

넌 가려울 뿐이지만 난 생존의 문제야.

 

하아, 이놈 봐라, 빨대도 입이냐?

벼영신, 모기장 속에 갇힌 건

바로 너,그게 네 인생이야!

 

도둑 고양이 한 마리

씨익 웃으며 돌담을 넘고 있다

 

=강물도 목이 마르다/실천문학사=

'시와 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화 아래 잠들다  (0) 2011.04.18
한 잎의 여자  (0) 2011.04.17
내 젊음의 초상  (0) 2011.04.13
편지  (0) 2011.04.13
꽃 지는 저녁  (0) 2011.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