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

엽서, 엽서

하늘처럼1 2011. 1. 3. 20:50

 

         엽서, 엽서


                                     -김경미-

 

단 두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게였지요/

 

그것도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년 혹은 이년 전일까요?/

 

내 이름이나 알까, 그게 다였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아무도 없는 때/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 밑에서 좋은 그림엽서를 보았을 때/

 

우표만큼의 관심도 내게 없을 사람을/

 

이렇게 편안히 멀리 있다는 이유로 더더욱 상처의 불안도 없이/

 

마치 애인인 양 그립다고 받아들여진 양 쓰지요/

 

당신, 끝내 자신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몇 자 적다 이 사랑 내 마음대로 찢어/

 

처음 본 저 강에 버릴 테니까요/

 

불쌍한 당신, 버림받은 것도 모르고 밥을 우물대고 있겠죠/

 

나도 혼자 밥을 먹다 외로워지면 생각해요/

 

나 몰래 나를 꺼내보고는 하는 사람도 혹 있을까/

 

내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복할 리도 혹 있을까 말예요...

 

 

=견디기 어려운 사랑은 하지 마라/서정윤엮음/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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