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의 매력은 한적함에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되는 우리나라 명작품..그 전시관을 하게 된 개인의 우리나라 예술품에 대한
숭고한 애정 그리고 애국심. 그것이 간송미술관이다.
작은 정원에 계절을 달리하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것들.. 나무..작은 탑..거기에 가을의 색깔까지 입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추억을 덧씌었다. 그래 그런 적이 있었지. 그래 그땐 그런 날이었지. 그래 그때도 참 좋았지..
한적함에, 그 적막감에, 그 아담함에..
나의 열정과 나의 색깔이 붉었다면 지금 이 자리는 낙엽의 색깔과 같고 낙엽의 느낌과 같고, 그러나 나쁘지 않고
좋은 느낌..좋았다..좋다..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노랑, 노랑, 노랑..지난 해이던가 그 이전해인더가 하양에 만발한 그 꽃 색깔에 미소를 띄우던 그 순간들이
생각난다..참 이쁜 색깔이다.
너 비록 거기에 있어도 나 여기서 당당히 내 자리를 지키리라..
이번 간송은 긴 행렬이 나를 맞이했다. 한시간을 예상했지만 두시간 반이 걸렸다. 제법 쌀쌀했지만 괜찮았다.
르부르박물관보다 더 길었던 행렬..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긴 행렬을 서게 했을까..우리 미술에 대한 애정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되고 예술에 대한 갈망이 이제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되고, 유명 그 자체에 오는 애착이 미술품에도 적용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좋았다..
마감시간은 여섯시, 두시에 시작된 줄서기가 마침내 끝났을 때는 다섯시가 거의 가까왔다.
2층부터 관람하라는 관계자말에 얼른 올라가니 사람이 바글바글. 그 아래 전신된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꼭 봐야 할 것 같아 비집고
들어간 그 속에는 신윤복의 그림이 무더기로 있었다. 책에서나 보았던 그림들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보기가 힘들다. 힘 겨루기가 심하다. 그 겨루기에서 이겨야 그 작품들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결국 보다 말았다. 그럼에도 미술관을 온 것이 안 온 것보다 훨씬 좋았다.
보고 싶은 님을 먼 발치에서라도 본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1층으로 향했다.
신윤복의 <미인도>앞에서는 루브르의 <모나리자>앞에서보다 사람이 많았고 더 관람이 힘들었다.
나의 느낌은 <단아함>이다. 곱디 고운 단아함.. 내 너의 유혹에 관심을 두지 않으리, 내 너의 권력에 무심하다. 내 네가 나를 미인이라 부르던 말던 나와는 상관없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보일 듯 말듯이라면 <미인도>의 자태는 너의 세속과 나는 무관하다라는 해탈(?)의 모습이다..
그리고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그림이 작을 줄 알았는데 너무 기분좋게 크다. 작아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커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발견한 꾀꼬리 한마리..더..
오주석 선생님이 극찬했던 작품..그 해석에 내가 열렬히 좋아하게 된 그림..주인 뒤로 머슴의 무심한 듯히 쳐다보는 시선..그러나 같이
주인과 같은 느낌의 시선..여백..오주석선생님의 글처럼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도록이 더 잘보이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품에서만 볼 수 있는 느낌이 있다.
나왔다. 전시를 관람하기에 내부 환경이 많이 열악했다. 나는 생각한다. 이제 이 곳은 전시를 위한 나은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외치며..
성북구청장, 서울시장은 이제 이 미술관을 위해서 장소를 제공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곳의 자손들은 간송선생의 뜻을 이어받는다면
이제는 전면 개방할 때가 되었다고..
미술관을 다 관람하고 나왔던 청춘남녀의 모습이 생각난다. 잘생긴 두 남녀는 손을 꼭 잡고 내려오고 있었다. 훤칠하다.
남자의 손은 굳세었고 표정은 당당했다. 그 남자의 손을 잡고 있는 여자는 다소곳한 느낌이 든다. 남자는 여자를 오래된 여자처럼
편안해 하고 자신만만하면서 여자의 사랑을 쟁취한 느낌으로 걸어간다. 여자는 그 부끄러운 표정이고 경직된 표정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여자의 표정에서 그 남자와의 이 관람이 너무 행복해서 꿈꾸는 표정으로 걸어간다..여자가 더 사랑함에 틀림없다..
간송미술관에 가게되면 삼청동을 지나치게 된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는 심정으로 들르게 되는 삼청동 카페..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에
차 한잔에 행복이 온 몸에 퍼진다.
커피에 떨어지는 우유처럼.. .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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